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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H] 동네 마실 나가다 – 066. 문화본부 & 갤러리 8.15
문화본부
2017-07-25 11:33:57
 
 
 
 

미술책을 만드는 아내와 미술평론가 남편이 합심하여 서교동 주택가 골목에 문화공간을 열었다. 그 주인공은 《미학의 기본개념사》, 《루카치 미학》 등 미학 관련 서적이나 미술 교양서 등을 출간해온 미술문화출판사의 지미정 대표와 현대미술에 대한 남다른 안목을 갖고 미술 평론을 해온 김광우 관장이다.


그들은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신축한 분홍색 석조건물에 문화본부라는 이름을 붙였다. ‘문화를 論하고 즐기고 자랑하라’는 강령 아래 1층에는 갤러리를, 지하 1층에는 CABCafe Art & Book이라는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북카페와 벙커라는 작은 전시공간을 운영중이다. 또한 5층 옥상에는 아담한 한옥을 품은 옥상정원도 있다.


출판사와 집이 있는 일산 대신 홍대앞에 문화본부를 설립한 것은 홍대앞이야말로 지미정 대표가 30년 넘게 살아온 터전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홍대앞은 제게 친숙한 곳이에요. 홍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거의 30년을 홍대앞에서 살았으니까요. 그러다 갈수록 번잡해져서 3년 전, 집과 출판사를 일산으로 옮겼어요. 그래도 문화행사는 홍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이곳에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자고 생각했지요. 여기는 원래 미술문화 사옥으로 준비했던 곳인데, 출판은 조용한 곳에서 하고 여기서는 떠들썩한 문화행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문화본부라는 이름은 좀 과하지만 좀 중후하게 활동하고자 하는 의도랄까요(웃음).”


‘문화본부’의 핵심은 1층의 갤러리다. 갤러리 8.15는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개관전 ‘나무에서 피어난 예술(김상구, 강행복, 홍선웅, 이주연 목판화 4인전)’을 시작하여, 주로 회화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는 아홉 번째 전시 이 진행중이다.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 파시즘의 문제를 천착하며 조금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선 굵은 작품을 선보이는 강래오 작가의 작품을 5월 말까지 만날 수 있다.
김광우 관장은 갤러리 8.15가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작업하는 신진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젊은 작가일수록 애정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전시 리뷰를 직접 써서 전시 팸플릿에 담고 있다.
“작가들이 자기 작업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좋은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가들이 초기보다 안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경우를 볼 때 참 안타깝죠. 그래서 평론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갤러리 815는 세로로 긴 형태인데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작가가 원한다면, 층고가 높은 지하 CAB의 복층 공간인 ‘벙커’로 전시 동선을 연결할 수도 있다.


“연계전시도 가능하죠. 1층 갤러리에서 본편을 선보인다면, 벙커에서는 전시와 관련된 비하인드 작업이나, 맥락을 설명할 수 있는 아카이브 전 등을 세팅할 수 있죠. 작가의 구상에 따른 입체적인 전시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또한 규모가 작은 전시라면 벙커만을 활용해도 충분할 거예요.”(김광우 관장)


이 벙커와 카페 CAB은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카페는 말 그대로 책이 있고, 차와 와인, 맥주 같은 음료뿐만 아니라 간단한 브런치나 식사도 가능한 곳이다. 특히 기다란 커뮤니티 테이블 두 개는 각종 워크숍이나 일일 클래스의 무대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또한 180인치 대형스크린과 5채널 음향이 갖춰져 있어 예술영화 상영회의 장소로도 사용 가능하다. 50명도 거뜬히 수용할 만큼 넓은 공간, 복층 갤러리 아래로 내려다보는 위치 등 공연이나 강연을 즐기기에 제격이라 할 수 있다.


카페 한켠에는 책방 8.15라는 이름으로 도서를 진열해 두었다. 미술문화와 자회사 지와사랑, 투플러스북스에서 출간한 책들과 전시와 관련된 책과 잡지 등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신간은 10%, 구간은 30%로 할인 판매도 진행한다. 또한 책과 함께 놓인 작은 액자들은 다음 전시에 대한 예고 역할도 톡톡히 한다. 만화풍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액자를 가리키며 김광우 관장은 “6월에는 서번트 증후군(자폐 등 발달장애를 앓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증상)을 앓고 있는 재미교포 작가 캘빈의 책 출간을 겸해 일러스트 전시를 연계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옥상에 오르면 ‘하늘정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공간과 맞닥뜨린다. 잘 조성된 화단도 눈길이 가지만, 아늑한 한옥풍 별채가 눈길을 끈다. 비움의 미학이 느껴지도록 꾸민 좌식공간이다. 문화본부의 은신처이자 사랑방으로 대관도 가능하다고 한다.


“문화가 활성화되어야 삶이 풍요로워질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문화본부가 서교동의 명소가 되어 많은 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지미정, 김광우 부부. 이들의 꿈처럼 문화본부가 다양하고 새롭고 재미나고, 때로는 엉뚱한 시도들을 통해 문화를 만들어내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주기를 바라본다.

글·사진Ⅰ정지연